밤마실, 동생 일기
2010.07.11 05:07 Edit
나에게는 동생이 하나 있다. 우리는 친해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동생은 나와는 달리 성격이 매우 쾌활하고 붙임이 있는 편이라 동생이 없었으면 우리 집은 꽤 썰렁했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곤 한다.
동생과 늦은 저녁에서 새벽 사이에 동네를 자주 산책하곤 하는데, 우리 동네는 언덕 꼭대기에 있어서 집에 돌아올 때면 늘상 파김치가 된다. 봄이 지나면서 산책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횟수는 잦아지기 마련. 최근은 하루에 한 두번은 꼭 나가는 것 같다.
주 목적지는 편의점, 시장, 동물병원, 마트, 공원, 도서관으로 다양하지만 주로 가게 되는 곳은 역시 편의점이다. 단골 편의점에 들러서 커피 우유나 강냉이 따위를 사들고 나와 먹고 잠시 쉬었다가 공원이나 놀이터를 들러 동네를 한바퀴 대충 훑고 집으로 돌아간다. 가는 길에 동생과 나는 이런 저런 쓸데 없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그 내용은 사실 꼭 시간을 내서 함께 밖에 나가서 나누어야 할 만큼 중요하진 않다.
오늘로 예를 들면 동생이 어릴 적에 병아리를 사온 적이 있었는데 잘 크다가 내 친구가 데려온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 놀라서 죽어버렸던 이야기라거나, 내가 백화점에서 상품으로 받아왔던 강아지가 새벽이면 내 침대를 탈출 해 내방에서 가장 먼 동생방까지 가서 실례를 하고 돌아왔던 이야기 같은 것들이다. 가끔 서로 답답한 일이 있을 때 그 당시에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는데,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보면 결국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삼천포로 빠졌거나 하는 일 투성이이다.
그렇게 산책을 하고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각자 방으로 돌아가 할 일을 한다. 아까 동물병원에 갔을 때 동생이 찍은 사진을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이렇게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었다. 예전에 내가 몇 년정도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을 하는데 두분이 많이 아쉬워 하셨던 기억이 겹쳐졌다. 앞으로 점점 더 가족들이 한 집에서 저녁에 거실에 모이는 일이라거나 식사를 함께 하는 일들이 어려워 지지 않겠냐는 말씀이셨다. 듣고 보면 맞는 것이 지금도 가족은 네명 뿐이지만 각자 하는 일이 있거나 바빠지면 함께 식사는 고사하고 짧게는 일주일, 길면 한달을 얼굴도 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동생이 결혼이라도 하거나 유학이라도 가버리면 앞으로 이렇게 여유있게 산책은 커녕 매일 얼굴 보기도 힘들겠구나 싶은 것이 벌써부터 서운하다.
동생과 나는 어릴 적부터 세트처럼 붙어다녔다. 나는 잘 울지 않았고 동생은 한 번 울면 아파트 꼭대기층에서 일층까지 소리가 들렸다. 군것질이나 과일은 지금도 잘 안먹지만 어릴 때도 그랬는데 동생이 맛있게 먹으면 이상하게 맛있어 보여서 꼭 빼앗아 먹고 울렸던 기억이 난다. 나는 동생에게 짖궃게 대했고 동생은 늘상 당하고 울면서도 항상 붙어다닌 것은 지금 내가 생각해도 참 이상하다. 친구네 집에 놀러갈 때도 내가 어딘가에 갈 일이 있을 때면 늘상 동생을 데리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내 친구들은 대부분 동생을 안다. 동생과 떨어지는 일을 염려 해 본적이 없었기에 나중에는 서로의 일이나 가정이 생겨서 못보기도 하겠구나 생각하자 괜히 벌써부터 섭섭한 것이다.
동생과 사이가 매일 이렇게 좋은 것은 물론 아니고, 다른 집도 그렇겠지만 가끔 싸울 때면 서로 다시 안 볼 것처럼 죽일 듯이 물어뜯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죽이 잘 맞을 수가 없다. 동생이 있어서 참 다행이구나 하는 때가 많다. 지금은 다 커서 벌써 이런 저런 조언도 해주고 맛있는 요리도 잘 해준다. 장을 볼 때면 이건 비싸서 안되고 저건 안싱싱해 보인다, 주부가 따로 없다. 내가 할 일이 있는데도 빈둥거리면 말도 안해준 내 스케쥴은 어찌나 귀신같이 꿰고 있는지 지나가면서 독촉도 잘하고 바가지도 잘 긁는다.
그래도 역시 나는 동생이 막 태어났던 순간이나 기어다니고 걸음마을 하던 때에 시끄럽게 계속 울면서 귀찮게 따라오던 때가 계속 겹쳐 보인다.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내 장난감을 침범벅으로 만들고, 계속 귀찮게 따라오는 것이 얄미워 꼬집고 밀어버리고 해도 엉엉 울면서 언니 언니 하고 따라오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렇게 잘 울던 동생이 벌써 다 커서 자기 일도 척척 해내고 나도 잘 챙기다니. 나중에 혹시 조카가 생기면 동생 어릴 때처럼 꼭대기층에서 울어도 일층까지 들릴 정도일까 궁굼하기도 하다. 그런 조카를 보려면 떨어져 지내는 순간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좀 미리 해야겠다 하고 진지하게 걱정하고 생각하는 내가, 조금 우습기도 하다.
나도 가끔 그런 생각하는데;
내동생은 독립심이 강해서 대학때부터 자취하고 그래서 없는것도 익숙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집에 오면 집 분위기가 달라지는게 느껴질 정도로 활발하고...
나나 동생이나 결혼하게 되면 이제 집에서도 나가게 될테고,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생활이 될테니;ㅅ;
근데 결혼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일테니 즐거워서 이런 생각 안하게 될지도 모르지만ㅎㅎ